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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유명'한 전시만 하던 국제갤러리의 '무명'전

등록 2016.06.28 15:41:16수정 2016.12.28 17: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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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제갤러리, 유명한 무명전. 크리에이터스 그룹 베리띵즈, '베리키피디아'. '모던 유토피아 리빙'컨셉을 기본철학으로, 도시자연문화와 식물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진=박현주기자

【서울=뉴시스】국제갤러리, 유명한 무명전. 크리에이터스 그룹 베리띵즈, '베리키피디아'. '모던 유토피아 리빙'컨셉을 기본철학으로, 도시자연문화와 식물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진=박현주기자

3년만에 연 '초빙 큐레이터 기획전' 2탄 김성원이 초대한 '7명 신진작가' 그룹전  상업화랑의 '작가발굴 실험미술'전 신선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전시장이 확 변신했다. '국제갤러리가 맞나?' 할 정도다.

 그동안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전시만 열어 화이트큐브의 엄숙하고 권위적이었던 전시장이 마치 '실험미술장터'처럼 꾸며졌다.

【서울=뉴시스】김희천이 스크린세이버로 만든 영상 작업, '/Savior'(2016). 흘러나오는 징글벨 노래소리가 기분좋게 한다. 사진=박현주 기자

【서울=뉴시스】김희천이 스크린세이버로 만든 영상 작업, '/Savior'(2016). 흘러나오는 징글벨 노래소리가 기분좋게 한다. 사진=박현주 기자

 동시대 미술의 촉망받는 작가들을 모은 그룹전 '유명한 무명'전이 28일부터 선보인다.

 젊은 작가들의 기발하고 엉뚱함으로 전시장은 생동감이 넘친다.

 뻥뚫리고 사각이었던 전시장도 달라보인다. 가벽을 설치해 공간을 나눴고, 벽 자체가 캔버스가 되어 그림이 그려졌다.

 국제갤러리의 이번 전시는 지난 2013년 시도한 초빙큐레이터 기획전 2탄이다. 발전 가능성 있는 젊은 작가들 발굴하고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서울=뉴시스】본관 1층에 자리한 2015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작가로 유명해진 남화연의 검은 백합 조각 작품. 사진=박현주기자

【서울=뉴시스】본관 1층에 자리한 2015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작가로 유명해진 남화연의 검은 백합 조각 작품. 사진=박현주기자

 올해에는 김성원 큐레이터와 손을 잡았다. 전시는 기획자의 머리에서 나온 결과다. '김성원 표' 7인의 작가들(김영나, 김희천, 남화연, 베리띵즈, 오민, 이윤이, EH)의 신작과 대표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타이틀 '유명한 무명'은 '이름은 들어봤는데, 작가는 모르는' 애매모호한 작가들을 모은 전시라는 것을 지칭하는 뜻이기도 하다.

 김성원 큐레이터(서울과기대 교수)는 "현대사회가 암묵적으로 규정하는 유명인과 무명인에 대한 구분에서 출발한 기획"이라며 "유명해지지 못하면 사라지고 마는 일종의 강박에 가까운 현실과 유명을 향해 질주하는 세태를 반추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동시에 알려지기가 무섭게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공포감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 세대의 딜레마를 고찰한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7인의 작가들은 유명과 무명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가지는 다각적인 개념들, 즉 불확실성, 연약함, 변화 가능성과 동질화, 획일화에 대한 미묘한 저항을 제안한다.

【서울=뉴시스】국제갤러리 '유명한 무명'전. 건축사진가 EH가 선보인 'Model Line'은 외곽에 위치한 모텔 건물의 선을 장식하는 조명을 포착한 작품이다. 사진=박현주 기자

【서울=뉴시스】국제갤러리 '유명한 무명'전. 건축사진가 EH가 선보인 'Model Line'은 외곽에 위치한 모텔 건물의 선을 장식하는 조명을 포착한 작품이다. 사진=박현주 기자

 각기 다른 관점들을 통해 바라본 입체적인 현실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미디어, 설치, 디자인, 사진 작업 등을 선보였다.

 신관 1층 벽면에 도형같은 그림을 그린 김영나는 그래픽 디자인의 조형요소들을 보여주며 전시장을 이끈다.  디자인과 미술을 구분하지 않고 전방위적 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나는 미술가가 운영하는 공간인 '커먼센터' 창립멤버로 활동한바 있다. 이번 전시에는 2015년 뉴욕 개인전에서 선보인 'SET'의 연작을 K1와 K2 1층 공간에 설치했다.

 신관 2층에 올라서면 계절을 앞서갈수 있다. 캐롤송 '징글벨'이 울려퍼지는 영상작품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전공인 건축을 접고 미술가로 살고 있는 김희천의 작품이다. 만화와 일상이 합쳐진 동영상 '/Savior'(2016)으로  2015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작가가 매일 직접 촬영하여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은 1600개의 동영상들을 스크린세이버로 만든 작업이다.

 문학을 전공했지만 이미지의 매력에 빠져 시각예술가의 길을 택한 이윤이는 자신의 사적이고 공적인 기억과 이야기들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는다. 사운드와 이미지, 텍스트를 혼합한 영상과 설치로 구현해왔다. 이번 단체전에서는 '한편…자식!'(2011)과 '재생 시간'(2011-2016)이라는 두 점의 영상작업과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서울=뉴시스】국제갤러리 유명한 무명전.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는 전시장 벽에 자신이 참여했거나 기획한 전시 이미지들을 모아 재조합, 재배열한 이미지를 그려냈다. 사진=박현주기자

【서울=뉴시스】국제갤러리 유명한 무명전.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는 전시장 벽에 자신이 참여했거나 기획한 전시 이미지들을 모아 재조합, 재배열한 이미지를 그려냈다. 사진=박현주기자

 국제갤러리 본관은 검은 기름칠로 뒤범벅된 듯한 검은 백합조각이 압도한다. 2015년 제 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 비디오 작업으로 참여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는 남화연의 작품이다. 작가의 전공이었지만 대학 졸업 이후 한번도 선보인 적 없던 조각 작품이다. 작년 5월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기형의 데이지 사진이 화제가 된 사건과 식물이 자연적으로 기형화되는 ‘대화현상 (fasciastion)’이라는 개념에 착안했다. 

 어번네이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스 그룹 베리띵즈는 ‘모던 유토피아 리빙’ 컨셉을 기본 철학으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과 ‘음식’을 흥미로운 시점으로 만들어냈다.  2013년 온라인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도시자연 문화’와 ‘식물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낸다.

 디자인과 음악을 백그라운드로 독특한 시각예술을 제안하는 오민은 라프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1악장을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에 관한 신작 'ABA Video Score'(2016)와 'ABA Diagram'(2016)을 선보인다. 작가는 청각적 ‘재연’과 시각적 ‘재현’에 관한 질문을 데이터 리터러시와 추상미술의 결합으로 풀어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건축사진가 EH(김경태)는 라인, 면, 조명만으로 모든 입체구조물을 평면화한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모텔 건물의 선을 장식하는 조명을 포착한 시리즈 작업 'Model Line'(2012-2013)을 선보인다. 움직이는 영상이지만 ‘도면화된 이미지’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이번 그룹전은 명분과 실리를 갖춘 전시다. 유명한 작가의 비싼 작품만 판매하는 상업화랑에서 신진작가를 발굴 소개한다는 명분과, 스타 전시기획자와 협업한 작가들을 국제갤러리 작가로 선점할수 있는 '꿩먹고 알먹기'전시다. 고급스런 국제갤러리답게 연출력이 강하다. 처음보는 무명의 작품이지만 '있어 보인다'. 반면, 그 무게감을 유지하려고 한 탓인지, 작품은 좀 난해하다. 무명의 욕망을 자극하는 전시장. 보기 쉬운 전시는 아니다.  7월 31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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